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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복수기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알코올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치료의 조력자가 되어 가정의 평화를 되찾으신
알코올중독자 가족들의 회복수기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알코올 중독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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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알코올 중독 가족수기] 다시 넘어질지라도...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262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가족수기_썸네일.jpg

[2019 가족수기 공모전 참가상]

 

다시 넘어질지라도...

 

○○

 

제 기억이 시작될 때부터 아버지께서는 알코올에 의존을 하고 계셨습니다. 어릴 적에 한 번은 TV에서 나오던 만화 애니메이션을 시청하다가 할머니에 의해 아버지를 모시러 구판장으로 가던 기억이 납니다. 집에서 오 분 가량 걸어가면 나오던 구판장에는 원형 철제 테이블이 있었습니다. 그 테이블을 둘러앉은 어른들이 계셨고, 그 중 아버지가 계셨습니다. 아버지께서 술에 만취하여 계셨는지, 적당히 얼큰하게 취해 계셨는지는 잘 기억이 안 나지만 외상이라는 단어가 왜 이리 오래도록 남아있는지 모를 일입니다. 여하간에 아버지와 함께 집에 돌아왔고, 아버지는 방에 들어가 주무시고 저는 다시 애니메이션을 시청했습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어떻게 모시고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아버지께서 아들을 보고서는 바로 일어서셨나 봅니다. 아버지께서 알코올에 심히 의존하셨기는 해도 가족들에게 신체적으로나 언어적으로 폭력을 행사하는 분은 아니셨습니다. 술을 드시지 않으셨을 때에는 약간 묵묵하셨던 좋으신 분이셨고 술을 드셨을 때에는 그저 잠만 주무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대부분 술을 드시는 아버지는 저에게 있어서 그저 술에 취해 대부분의 시간 동안 잠만 주무시는 분이셨습니다. 그리고 몇 번씩 알코올 치료병동에 입원하시면 저에게 있어 없는 사람인 것만 같고 어색했습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고 해가 지날수록 점점 감퇴하는 기억력과 어느 순간부터 일상적으로 사용하시는 욕설, 굳게 자리 잡은 피해망상이 보이기 시작하고지금에 와서는 몇 가지 일들이 벌어지기에 이르렀습니다. 제가 생각하기에 알코올 중독이 무서운 가장 큰 이유는 사회적인 위기 의식이 없기 때문입니다. 술은 사람의 사고를 마비시키고 평소와 다르게 행동하게 하는 것이 당연한 것이다. 그러나 그것이 크게 나쁜 것은 아니다. 우리들은 그것을 무서워하고 두려워하는 것보다 즐기는 것이 당연하다. 즐거운 일이 있을 때에는 술잔을 높이 들자. 힘든 일이 있을 때에는 술잔을 낮게 기울이자. 그런 사회이니 어떤 사람이 술에 대한 자제력 없이 무분별하게 마시고 수시로 취하고 그게 반복되어 중독이라 부를 만한 상태가 되어도 심각한 시선으로 바라보지 않습니다. 과장 조금 보태서 그거 이겨내고 조금만 마시면 될 것이지하는 생각일 뿐입니다.

 

당연히 이런 중독 증세에 걸린 사람은 점점 달라지고, 한 가정 한 가정 조금씩 불행이 시작됩니다. 그런데 여기에서 더 무서운 것은 그 가족들조차 본인들이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른다는 것입니다. 주변 사람이 이렇게 힘든데 본인이 알아서 끊어주겠지. 그것만을 바랄 수밖에 없습니다. 끊으라고 말하면 당연히 끊어줄 것 같고 그게 안 되고 반복되면 포기합니다. 많은 가정들이 그러했듯이 저희 가족이 그러했습니다.

 

몇 가지 일들이 벌어지고 현재 다사랑중앙병원 전에 입원해 있던 곳에서는 이런 말까지 합니다. ‘당신의 아버지가 술을 마시고 누군가를 해하거나 하는 것은 범죄이며, 그는 범죄자이다. 그리고 그것이 술로 인해 벌어져 우리 병원에 입원해 계시지만 본인이 술을 끊고자 하는 생각이 없는데 우리가 뭘 해주겠느냐? 시간 낭비이며, 그 사람이 무슨 일을 저지르던 옹호할 생각도 없고 해 줄 수 있는 것도 없다.’ 면전에서 이러한 말들을 들으며 그들의 존재의 의미에 대해서 생각했고, 정말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 지 모르겠는 막막함에 눈시울이 벌개지기도 했습니다.

 

지금 아버지는 이곳 다사랑중앙병원에 있으며, 아직도 앞길이 마냥 밝지만은 않습니다. 완전한 절주의 의사가 없으시고, 그저 조금씩 조절해 나가면 되지 않겠느냐고 하십니다. 그리고 뚜렷한 계획도 없으시지만 퇴원하여 집에 있고 싶어 하십니다. 저는 아버지께서 좀 더 굳게 마음을 가지시고 미래 계획도 설계한 후 나오셨으면 좋겠다는 마음에 설득하고 있지만 어찌될 지 모르겠습니다. 어쩌면 근시일 내에 퇴원하시게 되고, 다시 예전처럼 돌아가시게 되실 수도 있습니다.

 

다만 크게 초조하고 걱정만 가득하지 않을 수 있는 것은 급하게 마음먹는다고 어떠한 드라마틱한 일이 일어나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고, 얼마든지 실패하여도 다시 시작하면 된다는 믿음을 가지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아버지가 술이 본인의 몸을 크게 망쳐 이렇게 되었음을 깨달으시고 왜 이렇게 되었는지 성찰해 보시기도 하시며 보여주신 긍정적인 모습과 앞으로의 과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여러 가지 길들이 있음을 알게 되었음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