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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복수기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알코올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치료의 조력자가 되어 가정의 평화를 되찾으신
알코올중독자 가족들의 회복수기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알코올 중독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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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알코올 중독 가족수기]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지 않기를...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284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가족수기_썸네일.jpg

[2019 가족수기 공모전 참가상]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지 않기를...

 

○○

 

한평생을 살면서 인생의 갈림길에 놓여진 위험한 상황을 우리는 몇 번이나 경험하고 살까요? 어떤 이는 운 좋게 한 번도 경험하지 않은 채 생을 마감하는 자도 있겠고 또 어떤 이는 삶과 죽을 고비를 수시로 경험하다 지쳐 쓰러지며 생을 마감하는 자도 있을 겁니다. 우리는 선과 후 중 선택하라고 하면 어떤 것에 손을 드시겠습니까? 내가 원하든 원하지 않든 나는 선을 택하고 싶지만 누군가에 의해서 후를 택하게 됐다면 정말 힘든 나날을 보내다 생을 마감할 수도 있다는 어이없는 결론을 내리게 됩니다.

 

시간을 거슬러 2007년 나는 아이 둘을 데리고 초혼인 지금의 남편과 재혼을 하게 되었습니다. 인자하고 인상 좋고 특히 아이들에게 최선을 다하는 남편이 너무 믿음직스럽고 항상 감사했습니다. 처음 만났을 때는 술을 그냥 좋아하는, 음주 문화가 좋아서 그냥 즐겨 마시는 그럼 사람인 줄 알았습니다. 이와는 반대로 나는 맥주 한잔 정도 마시는 상황이라서 남편의 기분에 맞춰 음주 문화를 맞춰주는 정도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의 음주 상태는 조금씩 강도가 있는 듯 보였으나 그냥 즐겨 마시고 술을 좋아하다 보니 그런가 보다라는 철없는 생각을 했습니다. 돌이켜 보면 그때 남편의 알코올 상태를 조금 더 일찍 내가 파악했더라면 지금의 남편의 몸과 마음이 아주 건강한 상태로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어쩌다 한번 집안에서 다툼이 발생하면 물건을 집어서 던지는 그런 이상 행동도 보이기 시작하더니 정말이지 상상도 못했던 남편의 돌발행동에 가족들 모두가 초긴장 상태로 대비 아닌 대비를 하곤 했습니다. 시간이 지날수록 어쩌다 한번이 매일 매일의 일상생활인 듯 알코올과의 시간은 거리를 두지 못한 채 일상생활로 바뀌어 버렸고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언어 폭력, 신체 폭력, 그리고 정신적 고통은 늘 그랬듯이 온몸과 마음을 너무 아프게 했습니다. 이유는 항상 터무니없는 이유였지요. 모든 게 당신 때문이야. 술 먹는 상황, 폭력 모두가 나 때문이라는 나에게 모든 원인이 있다며 원인 제공을 해서 그런다는 둥. 언제나 말도 안 되는 설명을 늘어놓으며 술과의 전쟁은 끝을 맺지 못했습니다.

 

그렇게 세월은 흐르고 2016년 어느 날 하루가 모자라게 술을 먹던 남편의 행동이 조금 이상해 보였습니다. 얼굴색도 너무 까매진 것 같고 말수도 적어지며 그렇게 좋아하던 술도 이삼일 정도는 금주도 하며 불안한 증세도 보이는 것 같았습니다. 차분하게 상황 설명을 들었더니 검은 변에 피까지 토했다는 어이없는 이야기를 하였습니다. 너무 놀라서 급하게 서둘러 ㅇㅇ대학병원으로 가서 진단을 받았더니 청천벽력같은 간경변 진단을 받았습니다.

 

소리 없이 흐르는 눈물은 내 마음과 살을 에듯이 가슴 속으로 흘러내렸고 남편에게 어떻게 얘기를 전해야 할지 너무 막막했습니다. 의사의 소견대로 알코올성 간경변은 술만 금주 하면 더 나빠지지는 않는다는 이야기를 듣고 남편에게 살 길은 금주뿐이라는 이야기를 전해야 할 것 같아서 나는 숨김없이 병명을 모두 털어 놨습니다. 남편은 의외로 담담한 표정을 짓더니 한숨만 내 쉴 뿐 아무런 이야기도 하지 않았습니다. 그렇게 간경변에 대한 치료는 시작되었고 남편도 서서히 살아야겠다는 의지와 함께 술과의 전쟁을 선포하였습니다.

 

그러나 그 시간은 그리 오래 가지 못했습니다. 퇴원 후 한 달은 약속을 지키며 자신과의 싸움에 승리를 예고하는 듯 보였습니다. 일단 남편의 건강 악화로 인해 운영하고 있던 사업도 점점 힘이 부쳐 제대로 운영을 할 수가 없어 정리를 하게 되었고 남편은 당분간은 건강관리에 주력을 다 하기로 하였습니다. 남편 자신과의 싸움에서 가족들 모두는 승리하기를 바랬지만 너무 꿈이 컸었나 봅니다. 금주 선포와의 싸움에서 한 달이 지나자 남편은 또다시 악마의 소굴로 빠져 이번에는 더 심각한 상태로 하이애나처럼 먹이를 찾아다니듯 아침에 눈만 뜨면 술을 찾았고 가족들은 남편의 술로 인해 마음의 병이 더 커져만 갔습니다.

 

그렇게 하여 마지막으로 내린 결론은 병원에서 가끔 넌지시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을 이야기하였 던 게 생각이 나서 시댁 식구들과의 협의하에 남편을 살려야겠다는 의지 하나로 20179월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을 찾게 되었습니다. ‘우리가 어쩌다 왜... 이런 데까지 와야 하지?’ 너무 기가 막히고 이런 곳까지 오게 만든 남편이 나는 너무너무 미웠고 원망스러웠습니다. 일단 병원 관계자의 이야기를 듣고 조금은 안심되었지만 남편을 혼자 두고 와야 하는 내 마음은 너무너무 아파서 혼자 조용히 구석 모퉁이를 찾아가 한없는 눈물만 쏟아 냈었습니다.

 

그렇게 일주일이 지나고 남편 병문안을 갔습니다. 저 멀리서 나오는 모습을 보고 또 한 번 눈물이 왈칵 쏟아졌고 시댁 식구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나는 일주일 만에 퇴원을 결정하였습니다. 남편을 믿고 싶었습니다. 면회 온 나를 붙잡고 울면서 하는 그 말이 나는 모두 진심이기를 바랬습니다. 퇴원 후 남편은 조금 달라진 듯 보였습니다. 하지만 그 시간은 오래 가지를 못했습니다. 일주일이 지나자 예전의 모습은 그대로 나왔고 술을 아직도 끊지 못한 채 지금도 간경변 치료를 위해 병원을 수시로 드나들며 입원, 퇴원을 반복하며 지내고 있습니다. 차라리 그때 알코올 중독 전문병원에 더 있었더라면 간경변은 훨씬 더 많이 좋아졌을 텐데 가끔씩 이런 후회를 하기도 합니다.

 

가족까지 병들게 하는 알코올 중독은 정말 너무도 무서운 병입니다. 내가 아니 내 가족 중에 누군가가 알코올 중독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다면 이 병은 반드시 고쳐야 하는 반드시 뿌리를 뽑아야 하는 그런 무서운 병이라는 것을 각인시키고 치료를 하여야 할 것입니다. 나로 인해 가족들이 그 무서운 고통을 함께 지고 가야 한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범죄임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알코올 중독자의 가족으로 산다는 것은 너무나도 큰 슬픔이며 고통입니다. 알코올 중독은 내 자신과의 싸움입니다. 반드시 승리하여 나로 인해 누군가가 삶과 죽음의 기로에 서질 않기를 간절히 바래 보며 희망을 가지고 나를 위해 기도하는 가족을 항상 내 마음속에 그려보시기 바랍니다. 소중한 가족 곁에 오랫동안 머물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