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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회복수기

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알코올중독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해 기꺼이 치료의 조력자가 되어 가정의 평화를 되찾으신
알코올중독자 가족들의 회복수기가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알코올 중독 가족들에게 큰 희망이 되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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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알코올 중독 가족수기] 회복의 첫걸음, 다사랑에서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283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가족수기_썸네일.jpg

[2019 가족수기 공모전 참가상]

 

회복의 첫걸음, 다사랑에서

 

○○

 

저는 여성 알코올중독자, 지금은 회복자의 가족입니다. 동생이 회복의 첫걸음을 내딛은 곳은 다사랑중앙병원이었습니다. 길고 고통스러웠던 회복의 여정을 나누고 더 많은 알코올중독자 가족에게 희망을 주고 싶어 공모전에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대한민국은 술에 관대한 나라입니다. 어느 곳에서도 알코올에 중독이 되면 인생을 앗아갈 수 있다고 경고하지 않습니다. 무던하게 보이는 저희 가족도 알코올중독은 남의 얘기인 줄만 알았습니다. 중독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고, 알코올중독은 그저 초라한 행세를 하고 길거리를 비틀거리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습니다. 동생이 손을 떨어도, 술에 취해 점점 사회와 고립이 되어도, 술을 안 마시면 너무 착하니까, 다시 안 마신다고 하니까, 동생의 말을 믿었고 중독은 그렇게 점점 동생의 인생을 잠식했습니다. 동생의 폭음이 반복되고 시간이 점점 지날수록 저희 가족은 알코올과 더 날카롭게 싸우기보다 지쳐 무기력해졌고 결국엔 동생의 술 문제에 무뎌지게 됐습니다.

 

알코올중독은 가족병이었습니다. 버티고 버텼지만 더 이상 싸울 힘이 남아있질 않았고, 동생은 술독에 점점 더 깊이 빠져들어 결국엔 뼈만 앙상하게 남은 채 죽음만을 기다리고 있는 상태가 되었습니다. 저희 가족은 벼랑 끝에 몰린 심정으로 의사 결정을 전혀 할 수 없는 상태에 이른 동생을 살리기 위해 강제입원을 시키게 되었습니다. 강제입원을 시키는 것이 굉장히 두려웠고, 동생에게 상처가 될까 혹은 더 나은 방법은 정말 없었을까 하며 스스로를 자책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동생과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3주가 지났고, 동생은 점점 술에서 깨며 자신으로 돌아왔습니다.

 

동생과 연락이 되지 않던 3주 동안 어떻게 지내고 있는지 궁금하고 걱정이 많이 되었습니다. 모든 걸 처음 겪는 상태라 낯설고 두려웠지만, 다사랑에는 전담 상담사가 있어 그 분과 연락하며 동생의 상태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첫 일주일 동안은 심한 금단현상이 왔고 차차 회복되어 3주가 되었을 때 동생과 면회를 할 수 있었습니다. 병원 생활과 면회에는 꽤 엄격하게 지켜지는 규칙들이 있어 환자를 위한 중심을 잡는 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예를 들면, 직계 가족이 달리 요청하지 않는 한, 직계가족 외에는 면회가 불가능해서 동생의 문제를 가족끼리 직면하고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동생과 면회가 가능하기 전부터 병원에 와서 가족교육을 받았습니다. 벼랑 끝에 내몰리듯 입원을 선택할 수밖에 없었던 가족들은 어디에서도 알코올중독에 관해 제대로 들을 수 없고, 가족의 병든 마음에 대해 헤아려주지 못하는데 그곳에선 가족의 마음을 누구보다도 잘 이해해주었고 그래서 혼자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가족교육을 통해 공동의존에 대해 알게 되었고, 사랑하는 환자를 위해 올바른방법으로 가족이 힘을 합치는 방법에 대해 고민해보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해도 중독과 싸우는 일은 매우 고되고 외로운 과정이었습니다.

 

동생은 다사랑중앙병원에서 퇴원한 후로 두 번 더 병원 생활을 했습니다. 중독은 점점 더 심해졌고 마지막 입원 때, 이번에도 죽기 직전까지 갔을 때 동생이 깨닫게 된 것 같았습니다. 진전섬망이 오며 현실과 망상이 구분되지 않던 그 순간이 너무 소름 끼치게 무서웠다고 합니다. 지금은 단 한 잔의 술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었습니다. 술 문제가 있었다는 것을 부끄럽게 생각하지 않고 오히려 그런 문제가 있는데 아무런 도움도 받지 않는 게 더 문제가 있다고 이야기합니다. 평생 싸워 나가야 할 질병이고 술에 관대하고 유혹이 넘쳐나는 대한민국에서 단주를 지켜나가기 쉽지 않겠지만, 저희 가족은 드디어 희망을 보았습니다.

중독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는 것이 시작이라면 앞으로 남은 것은 지난한 중독과의 싸움인 것 같습니다. 사랑하는 사람의 성공적인 변화를 위해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이지만, 보다 더 중요한 것은 환자의 마음가짐입니다. 구원을 얻고자 하는 사람만 구원을 받을 수 있다는 말처럼 환자가 단주의 마음이 없으면 그 어떤 것도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그래서 저는 중독자의 가족분들께 환자를 돌보다가 함께 절망의 길로 걸어가지 말고 먼저 살 길을 찾으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내가 먼저 온전한 상태여야 나중에 중독자가 도움을 청할 때 도움을 줄 수가 있습니다.

 

끝이 없을 것 같던 중독과의 싸움이 한풀 꺾이게 되어 저희 가족은 이제야 안도를 하고 있습니다. 지금 중독과 싸우고 계시는 가족분들은 많이 지치고 또 무기력해지는 시간들이 많겠지만 자기 자신을 돌보는 것을 게을리하지 마시고 절대 환자를 포기하지 마세요. 가족의 사랑과 도움이 있다면 희망은 찾아온다는 것을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동생에게 도움이 많이 되었던 책 두 권을 소개하며 이 글을 마치겠습니다.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

어느 애주가의 고백

 

두 책 모두 알코올중독의 민낯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고 회복의 길까지 책에서 다루고 있습니다. 딱딱한 이론만 가득한 서적보다는 실제 중독자의 숨기고 싶은 중독생활을 담고 있기에 더 와 닿고, 특히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은 여성 알코올중독자의 이야기여서 여성 중독자에게 공감이 많이 될 것 같습니다. 지긋지긋한 알코올중독에서 단 한명이라도 이 책과 다사랑중앙병원의 도움을 받아 술과 이별을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알코올중독자의 가족분들이 희망을 잃지 말고 힘내시길 항상 기도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