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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수치심을 이겨내는 용기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587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20환자회복수기_썸네일.jpg

[2020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공모전 장려상]

 

수치심을 이겨내는 용기

 

○○

 

외래 진료 후 김태영 원장님께 알코올 중독 회복수기 공모전 참가를 권유받아 이 글이 누군가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길 바라며 쓰게 되었다. 단주를 시작한지 2년이 되어간다. 공모전 참가를 결정하고 2년간 하루도 거르지 않고 쓴 일기와 병원 생활 중 마음가짐을 다지기 위해 정리했던 메모, 그 동안 읽었던 책, 병원에서 수업 받았던 자료 등을 읽어 봤다. 다시 한 번 나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가 되었다.

 

요즘 코로나19로 인해 어려움도 많고 제약도 많은 생활을 하고 있지만 내 안의 감정 변화를 인정하고, 좋은 방향으로 감정을 조절하기 위해 애쓰며 하루하루 지내고 있다. 운동도 규칙적으로 열심히 하고 있고, 술 마시지 않은 맑은 정신으로 일상을 보내며, 예전에 느끼기 어려웠던 사소한 일상에서의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2018928, 나는 더 이상 미루면 안되겠다는 생각에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했다. 병원 근처 식당에서 스스로에게 마지막이라 위로하며 소주 2병을 마시고 입원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20173월경 경제적 파탄과 가정 불화 등으로 견디기 힘든 혼란을 겪으며 점차 술이 늘었다. 사실 돌아보면 25년간 쉬지 않고 마신 술.. 3 수능 시험 전날 마셨던 술이 나와 내 가족들에게 이런 큰 좌절과 슬픔을 줄 것이라고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그 동안은 술이 내 사업과 인간 관계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며 살았다. 가족들과 지인들 모두 나와 술 마시는 것이 즐겁다고 말했다. 과음으로 실수가 없진 않았지만 실보다는 득이 많다고 생각했다. 술이 내 삶을 조금씩 갉아먹고 밑바닥까지 데려올 것이라고는 상상하지 못했다. 하지만 2017년부터 점점 늘어가던 술이 2018년 초여름부터는 점심 반주가 일상이 되었고 결국 아침에 눈을 뜨면 물이 아닌 술을 마시는 내 모습을 보게 되었다.

오늘까지만 마시자’, ‘있는 술만 마시고 그만 마시자라고 생각하면서도 몸은 시도 때도 없이 편의점으로 달려가서 술을 사고 있었다. 술냄새가 날까 걱정하며 가족들 또는 타인들 옆을 지날 때면 숨을 참으며 이렇게 하면 모르겠지라고 어리석은 생각을 하며 마시고 또 마셨다. ‘이래서는 안되겠구나’, ‘나는 중독이다’, ‘병원치료가 필요하다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런저런 핑계와 합리화로 입원을 미루며 술을 마셨다. 그러나 점차 금단이 심해졌고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을 때 결국 병원에 입원했다.

 

입원해서 처음 접한 병원 생활은 견디기 힘들었다. ‘난 너희와 다르다’, ‘난 원래 이런 병원에 있을 사람이 아닌 잘나가는 전문직 사업가다라고 스스로를 위로하며 꽤 많은 날을 보냈다. 차츰 신체 건강이 회복되고 병원 생활이 익숙해졌고 수업을 듣고, 책을 보고, 생각을 정리하기 시작하자 점차 마음가짐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문득 돌아보니 기뻐서, 슬퍼서, 화나서 등등 내 감정과 모든 생각, 행동이 술을 마시기 위한 핑계가 아니었나 싶었다. 내 인생에서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가장 소중하고 사랑스러운 아이들과 함께한 가족 여행도 당당하게 술 마시기 위한 핑계가 아니었나하는 생각이 들자 혼란에 빠졌다.병원의 도움을 받기 위해 입원했으니 우선 무조건 전문가를 따르자는 생각이 들었고 원장님과 상담사님을 믿고 회복을 위한 적극적인 치료를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다.

 

본격적으로 병원 교재를 보며 공부를 시작하니 책과 교재의 모든 내용이 내 모습을 훔쳐보고 써놓은 듯했다. 부끄러워서 숨고 싶을 만큼 일치하는 부분이 많았다. 거짓, 허영, 허세, 투사, 합리화, 조급함, 집착, 완벽주의, 선택적 사고, 극단적 사고, 책임 회피, 열등감, 충동성 등 나열할 수 없을 만큼 너무 많은 부분이 일치했다. 이를 계기로 내 자신의 결점과 돌아보기를 반복했다.그리고 결국 타인 아닌 나 때문에 나로 인해 발생하지 않아도 될 일들이 벌어졌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수치심을 이겨내는 용기, 치부까지 드러내는 대담함

이 글귀를 되새기며 차근차근 내 자신을 오픈하기로 했다. 우선 치료진에게 그리고 가족과 주변사람들에게 시도해보기로 마음먹었다. 이후 용기내 담당 상담사에게 내 자신을 숨김없이 오픈하고 털어놓았다. 이후 가족과 대화를 시작했고 4단계 발표를 했다. 이러한 내 결점에 대한 숨김없는 시인이 회복의 시작점이 되었던 것 같다.

 

지금도 병원 생활의 리듬을 유지하며 네시 반 기상, 열시 취침을 지키고 있다. 기상 후에는 먼저 메모를 읽으며 매일 새롭게 마음을 다지고 하루를 시작한다. 힘들고 지칠 때도 많지만 매일을 다시 시작하는 마음으로 생활하기 위해 노력한다. 이렇게 몸에 밴 생활의 리듬을 꾸준히 유지하는 것이 단주 생활에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오늘도 내 가방에는 응급 수첩과 병원 생활 중 정리해 놓은 메모 수첩, 병원에서 준 공동체철학, 받아들임, 평온함을 청하는 기도 등이 들어있고 생각날 때면 틈틈이 이것들을 펼쳐보곤 한다. 코로나19로 인해 원외 재활을 끝까지 채우지 못하고 갑작스럽게 퇴원해 당시에는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이 컸지만 17개월의 병원 생활이 없었다면 나의 단주와 회복은 불가능했다는 것에 나와 가족 모두가 공감한다.

 

마지막으로, 이 글을 통해 다시 한 번 진심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고싶다.

김태영 원장님, 우렁찬 상담사님, 병원 모든 관계자분들께 머리 숙여 감사드립니다.

 

20209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