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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사랑중앙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의 가족분들이 보내주신 생생한 경험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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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 알코올 중독 가족수기] 신이 당신에게 허락하지 않은 한 가지
등록일 2021-02-09 조회수 655 이름 다사랑
첨부파일 2019-가족수기_썸네일.jpg

[2019 가족수기 공모전 참가상]

 

신이 당신에게 허락하지 않은 한 가지

 

○○

 

2006, 희망과 기대로 결혼했다. 주변 모든 사람들의 축하를 받으며 부푼 꿈을 갖고 티비에 나오는 드라마 같은 삶을 살 수 있을 거란 기대로 결혼 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나 남편은 결혼식 날부터 이해할 수 없는 모습을 보였다.

 

남편은 저녁마다 식사가 아닌 술과 안주로 배를 채웠다. 소주 1병에서 2병 그리고 맥주 한 캔을 마시는 것이 하루 일과의 마무리였다. 그러나 남편은 술을 마시고 나면 조용히 잠들었고 그 다음날 숙취 없이 출근하는 모습에 괜찮다고 생각했다. ‘그래, 피곤하니깐 스트레스 받는 걸 술로 풀고 자나보다...’라고 생각하며 술을 마셔도 다음날이면 멀쩡하게 출근하는 남편이니 아무런 문제가 없는 줄 알았다.

 

처음에는 먹지 말라며 달력에 표시도 하고 잔소리도 했지만 그것이 싸움의 원인이 되는 것 같아 그냥 받아들이며 지냈다. 그것이 알코올 의존증인지도 모르고... 결국 술은 하나 둘 모든 것들을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큰아들 돌쯤 남편은 술의 양이 많이 늘었고 술 없이는 불안해 낮에도 술을 마셔 음주 사고를 일으키기도 했다.

 

2007, 부모님과 시댁식구의 도움으로 남편은 알코올 전문병원에 입원하게 되었다. 그러나 짧은 병원 생활 후 퇴원 후 다시 재입원하게 되었다. 2번의 짧은 입원이었으나 남편은 퇴원 후 A.A.모임 참석과 노력으로 단주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술을 먹으면 죽는다는 생각에 단주를 하게 된 것이다.

 

8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남편은 단주를 하면서 모든 것에 최선을 다했다. 나는 남편이 알코올 의존증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이제 술에 대한 걱정은 다시 하지 않아도 되겠어.’라는 생각 속에 지내게 되었고 모든 일상은 평범하게 돌아갔다.

 

그러던 2016, 가족여행 중 남편이 몸에 이상한 느낌이 든다고 호소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불안증의 초기 증상이 아니었나 생각이 든다. 아무것도 몰랐던 당시에는 병원보다 다른 방법으로 치료해 보려했고 결국 치료 시기를 놓치고 불면까지 겹치면서 남편의 몸은 이상해져갔다.

 

그래도 처음에는 병원과 한의원을 다니며 여러가지 치료를 받는 모습에 희망을 갖고 지냈다. 그러나 남편은 여러가지 약을 복용하면서 이명까지 생기게 되었다. 불안해 하면서 하루종일 약을 먹고 누워만 있었다. 나중에 보니 남편은 본인이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약만 꺼내 먹고 있었다.

 

이명까지 생기자 불안이 최고치에 이른 남편은 이 방법 저 방법도 안 통하니 술을 먹으면 잠을 잘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며 내 앞에 맥주를 사가지고 왔다. 그때 말렸어야 했는데... 결국 괴로워하던 남편은 실험을 한다며 술을 벌컥벌컥 마셨고 정신과 약까지 같이 먹었다. 그때부터 다시 남편의 알코올 의존증이 시작되었다.

 

맥주 한 캔은 8년의 단주와 모든 것을 엉망으로 만들기 시작했다. 집에서는 나 때문에 술을 마시지 못하니 남편은 혼자 나가서 몰래 마시고 들어왔다. 분명 알코올 냄새가 나는데도 아니라고 우겨 결국 음주측정기까지 사게 되었다. 남편도 겁이 났는지 다사랑중앙병원에 가서 약을 타오기도 했지만 약으로는 막을 수 없었다. ‘내가 약도 관리하며 챙겨주면 괜찮아지겠지...’라는 생각에 같이 병원에 열심히 따라다녔다.

 

이런 노력에도 싸움이 시작되었다. 시댁과의 갈등이 발생했고 직장 문제에 부부 문제까지 모든 것이 엉망이 되기 시작했다. 시댁 식구들은 남편이 술을 마시지 않았다고 하는데 내가 거짓말을 한다고 오해했으며 나또한 이런 시댁에 서운해 갈등이 깊어졌다. 일하는 나 때문에 친정 식구들은 번갈아 가며 남편이 술을 먹지 못하게 보초를 섰다. 온 집안이 남편으로 인해 엉망이 되어버렸다.

 

두 아이들이 눈치 채지 못하게 이것저것 신경쓰면서 남편에게 이혼 협박을 하며 강제 입원을 진행했다. 몇 번의 반복 입원으로 남편의 입원이 더 편하다고 느끼는 지경에 이르렀다. 술을 먹고 하루종일 잠만 자는 모습, 거짓말하는 모습 등등 남편에 대한 모든 원망과 분노가 나를 변하게 만들었다. 강제 입원 시키는 차 안에서 내 이름을 부르는 남편에게 차갑게 냉정하게 변해버린 내 모습... 남편이 입원하러 들어가는 모습에 모든 걸 포기하고 싶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는 생각으로 하루하루 버티며 살았다.

 

그러나 남편은 더 많은 양의 술을 먹지도 않았고 술을 마시면 바로 입원을 시켰는데도 불구하고 입원 횟수가 늘어날수록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다. 말도 더듬고, 바보같이 행동도 어눌해지고, 기억력도 저하되고... 주치의 선생님께선 다른 사람들처럼 많이 먹은 것은 아니지만 술이 원인은 맞다며 특이한 케이스라고 하셨다. 2016년부터 시작된 음주는 2017128일 다사랑중앙병원에 입원하면 끝이 났다. 남편은 한 해의 마무리 시점에서 3주간 마지막으로 입원했었다.

 

그러나 퇴원 후 남편의 상태는 더 심각해졌다. 바보같이 변해버린 남편은 직장도 잃게 되고 예전같지 않은 상태에 스스로 자멸감에 빠지게 되어버렸다. 주치의 선생님께서 알코올로 인한 뇌 손상은 돌아온다며 희망적인 말과 함께 2년 정도 걸린다고 하셨다. 그러나 남편은 답답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었는지 계속해서 여러가지 검사를 받았다. MRI를 비롯 치매 인지능력검사 등 다양한 검사를 받았지만 정확한 병명은 없었다.

 

결국 결론은 알코올로 인한 뇌손상으로 의사 선생님들은 시간이 약이라며 단주를 하며 기다리라고 했다. 남편은 그럴수록 더 불안해했지만 나는 희망을 조금씩 느낄 수 있었다. 단주 시간이 지날수록 남편이 말 더듬는 것과 눈빛 행동 속도가 조금씩 좋아지고 있는 것을... 그리고 남편이 술만 먹지 않으면 난 버틸 수 있다는 것을...

 

여러 카페와 알코올 의존증 가족을 위한 책, 글들을 읽으면 희망을 가지고 하루하루 버텼다. 그러자 남편은 조금씩 좋아지기 시작했다. 상담사 선생님도 주치의 선생님도 좋아졌다고 말씀해 주셨다. 그렇게 단주하며 하루하루 버틴 것이 어느덧 일 년이 넘었고 남편은 이제 말도 더듬지 않고 모든 것이 많이 좋아졌다. 아이들도 무기력하게 누워만 있던 아빠의 모습을 가끔 기억하고 있지만 지금은 활기차게 지내고 있다.

 

알코올 의존증은 정말 무서운 병이다. 어쩌면 난치병인지도 모르겠다. 난 가끔씩 생각한다. 남편이 또 술을 먹으면 어쩌지... 그럼 난 어떻게 해야하지... 남편이 입·퇴원을 반복할 때, 난 방문도 잠그지 못하고 잠을 청했다. 혹시나 또 술을 먹으면 어쩌지 하며 불안한 마음에 밤새 온 신경을 곤두새우고 남편이 술을 마시면 다시 병원에 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음주측정기와 가족관계증명서 등본을 늘 챙겨두며 지냈던 날들이 가끔씩 떠오른다.

 

가끔 가입한 카페에 가족들이 남기는 좌절하고 포기하는 글들을 보면 나또한 불안한 마음에 눈물을 흘리곤 한다. 그리고 구구절절 공감하며 나보다 힘든 사람도 많구나 하며 지난 날을 돌이켜 본다.

 

다시 단주한지 1년이 넘어가고 있지만 8년 동안 단주했다가 맥주 한 캔으로 다시금 시작되었던 알코올 의존증... 주치의 선생님께선 나에게 재발 또한 회복의 한 과정이라고 말씀해주셨지만 내겐 다시 겪고 싶지 않은 일이다. 알코올은 정말 무서운 존재이다.

 

난 남편에게 말한다. 눈 감는 날까지 다른 건 다 먹어도 술은 먹으면 안 된다고 신이 남편에게 허락하지 않은 한 가지는 술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