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다사랑 재활수기 공모전] 재발은 깨어짐의 축복입니다 | |||||
---|---|---|---|---|---|
등록일 | 2021-02-09 | 조회수 | 340 | 이름 | 다사랑 |
첨부파일 | 2016환자회복수기_썸네일.jpg | ||||
[2016 다사랑 재활수기공모전 참가상] 재발은 깨어짐의 축복입니다 송OO 2016년 새해를 시작함과 동시에 한 해를 계획하고, 어쩔 수 없는 것들에 대하여 받아들이며 온전하고 맑은 정신에 재활수기를 쓰고 있는 지금이 현재 저에게 가장 큰 축복이며 큰 열매인 것에 감사를 느끼고 있습니다. 회복의 길을 걷는 많은 환우분들이 각자가 언제 시작하였는지 또 얼마나 많이 마셨는지 얼마의 기간 동안이었는지는 모두가 다르겠지만, 술 앞에 무력하고 자기 삶을 수습 할 수 없는 상태를 경험한 우리들은 여러모로 많은 것을 잃은 것은 분명한 사실입니다. 그로 인해 빚어진 사건들은 너무나도 다양하고 참으로 부끄러운 일들이 많아 저를 아는 분들에게 많은 상처와 아픔을 주었기에 평생을 보상을 해야 함이 저에게 주어진 귀한 숙제임에도 분명합니다. 처음 개방병동 생활을 할 때는 아무것도 모르는 현실에서 얄팍한 지식으로 나 혼자 능히 단주의 길을 갈 수 있다고 스스로 단정 지었습니다 그래서 모든 생각과 행동들이 치료진들에게 보여주기 위함이었고 스스로 야누스가 되어 고집과 아집 또 교만으로 저를 철두철미하게, 단단하게 포장하였습니다. 일례로 담당 상담사 선생님께는 잘 하는 것 같이 최선을 다하는 것처럼 행동했지만 한쪽 귀로 듣고 ‘당신의 경험이나 조언 없이도 나 혼자 할 수 있으니 다른 사람에게나 가서 하시오’ 라는 마음가짐과 행동을 갖고 있었습니다. 지금 돌이켜보면 회복의 길을 걸어야 할 내게 가장 안 좋은 자만과 교만이 가장 중심에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관리병동 생활과 개방병동 생활을 통해 육체적으로 회복되었을 때입니다. 바람이 세차게 불던 2월의 어느 날 다사랑중앙병원에서 A.A.모임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한 아기 엄마가 아이를 품에 안고 기저귀가방과 여러 가지 물품 가방을 양 손에 들고 모임에 참석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그 모습이 애처롭기보다는 ‘이 추운 날 애하고 뭔 고생하려고 이 자리에서 저 수선을 피울까! 따뜻한 집에서 신랑 밥 해주고 기다리고 있으면 자기도 편하고 아기도 편할 텐데 참으로 알 수가 없네’ 라며 당시 저는 그 모녀를 동정심이 아닌 한심스러운 눈빛으로 평가 절하하고 있었습니다. 이 모임에서 경험담을 듣는 것보다 헬스장에서 바벨을 한 번 더 드는 것이 육체적으로 더 건강해져 단주의 길을 더 잘 갈 것이라고 제 스스로에게 답을 던지고 있었습니다. 그때 그 여자분이 마이크를 잡고 이야기하였습니다. “이 추운 날 아기를 안고 이곳에 오는 길은 너무나도 힘이 들었지만 이곳에 와서 다른 선생님들을 보고 또 소중한 경험담을 들어야 내일도 이겨나갈 수 있는 힘과 한 주를 살아갈 수 있는 힘을 얻는다”고. 당시 저는 그 아기엄마의 이야기에 공감하지 못하고 더러는 코웃음 친 것도 사실입니다. 하지만 재발이 되고 재활수기를 쓰고 있는 지금 이 시간, 당시 여자분이 어떤 마음에서 한 말이었는지, 그 마음이 와 닿으며 그때의 고백이 제 마음 속에 새겨짐을 느낍니다. 나만이 할 수 있지만 나 혼자서는 절대 하지 못한다는 것을요. 돌이켜보면 보여주기 위한 행동, 정직하지 못하고 겸손하지 못한 생활방식 등 당시 나의 행동과 생각들은 재발로 가기 위한 정확한 수순이었습니다. 다행인 것은 재발을 받아들이고 정직과 겸손이 회복에 길에 있어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아주 값비싼 대가를 치르고 나서야 느꼈다는 것입니다. 그래서 이번 재발은 저에게 있어 깨어짐의 축복임을 제 스스로에게 감히 말할 수 있습니다. 지금 다니는 회사에서 있었던 일입니다. 낯선 환경에 적응하려고 많은 사람들의 눈치와 새로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으로 긴장감 속에서 일을 하고 있었습니다. 겸손과 정직이라는 것이 가장 우선시되어야함을 알고 있었지만, 막상 직장생활에 있어서는 그렇지 못했습니다. 어느 날 직원의 손짓으로 인해 약간의 감정이 상한 것이 발단이 되었습니다. 그 감정을 쌓아두고 있을 때쯤, 직원의 계속된 손짓에 며칠 참고 있었던 감정들이 드디어 폭발하고 만 것이었습니다. 두 눈을 부릅뜨고 거친 욕설과 분노, 삿대질을 그 직원에게 터트리고 말았습니다. ‘순간의 감정도 다스리지 못하면서 기나긴 인생길에서 어찌 단주를 할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은 절대 하지 못했습니다. 당시 직원은 저에게 손짓을 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분은 말을 하지 못하는 장애를 가지신 분이였기 때문입니다. 그분에 대한 배려를 생각하지 못하고, 나의 잘못된 중독적 사고를 가지고 평가했던 것이었습니다. 자존심을 버리지 못한 나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나약한 존재인 것을 다시 한 번 체험할 수 있는 귀한 시간이었습니다. 겉모습만으로 사람을 평가하고, 순간의 기분을 10초만 더 생각했다면, 그러한 일들은 발생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저를 가장 잘 알고 있는 치료진들을 신뢰하고, 내가 가지고 있는 고집, 자존심을 내려놓을 때만이 회복의 길을 갈 수 있는 첫걸음을 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많은 환우들 앞에서 거창하게 약속했을 뿐, 그것들에 대해 너무 가벼이 여겼던 것이 사실입니다. 재발이 되고, 재활을 하고 있는 이 순간에는 예전과 같이 보여주기 위한 많은 것을 약속하지 않았습니다. 나의 상태, 나의 생각을 가장 잘 아시는 치료진 선생님들의 지시사항을 따르는 것이 제가 온전한 회복의 길에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세끼 식사와 치료진이 처방해주신 약, 최대한 하루일과를 규칙적인 시간 안에서 움직이는 것이 재활을 하는 이 순간에 알코올 중독자인 내가 할 수 있는 일이라고 감히 말씀드릴 수 있겠습니다.
굳은 다짐이라도 수십 년을 살아온 나의 성향이나, 성품이 쉽게 변화되지 않는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젊은 혈기에 경험했던 군 생활과는 또 다른 다름이라는 걸 재활생활을 하면서 경험하고 있습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가치관이 다르며, 살아온 환경, 지식이 다른 환우들과 공동체 생활을 한다는 것에 솔직히 여러모로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인정합니다. 하지만 이런 상황들이 알코올 중독자라는 병을 갖은 사람으로서 받아들여야 함을 인정하면서도 순간순간 치밀어 오르는 화도 있지만, 내가 만든 인생의 여정이기에. 그 또한 받아들이려 하고 있습니다.
저는 지식으로 아는 것을 그 자리에 머무르는 것이 아닌 삶에 적용하는 단계에 있습니다. 배우는 것은 누구나 할 수 있지만, 그것을 무한 반복하여 습득하는 것은 내가 이곳에 있는 이유입니다. 이것들이 힘들어 포기한다면 너무나도 아까운 삶을 되돌아가야함을 알게 되었습니다. 주어진 하루하루에 최선을 다해야함을 다시 한 번 상기해봅니다. 절대 쉽지 않다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예전 경험했던 아기 엄마의 고백처럼 A.A.모임의 중요성과 삶 가운데 정직과 겸손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되새기며 조급해하지 않고, 묵묵히 지금의 길을 걷겠습니다. 이루어진 것들이 보이지 않아도 시간은 흘러가는 것이 아닌 내게 쌓인다는 것을, 재발이라는 것을 경험하고 나서야 알게 되었습니다. 빠른 길보다는 익숙한 길을 나 혼자가 아닌, 나와 함께 하는 이들과 같이 가다보면 나의 여백을 아름답게 채워나가리라 믿어 의심치 않습니다. 해지는 낙조가 일출보다 밝을 순 없지만, 그 아름다움은 절대 뒤지지 않습니다. 지금까지의 여정이 술로 인해 많은 것을 잃었지만, 이제는 술 없는 삶을 통하여 남아있는 인생을 낙조같이 아름답게 마무리하고 싶습니다. 그것을 할 수 있는 길은 지금 현재 나를 인정하고, 나에게 주어진 것 에 대해 감사하며, 하루하루 열심히 살면 이루어지리라 생각됩니다. 내일 하루도 술 없는 삶을 통하여 조금씩 저를 다듬어 가는 하루를 보내겠습니다. 다시 한 번 말씀드리지만, 제게 있어 재발은 깨어짐의 축복임을 감사 드립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