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다사랑 재활수기 공모전] 평온함을 찾아가는 여정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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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1-02-09 | 조회수 | 330 | 이름 | 다사랑 |
첨부파일 | 2016환자회복수기_썸네일.jpg | ||||
[2016 다사랑 재활수기공모전 참가상] 평온함을 찾아가는 여정 권OO 알코올 중독 회복을 위한 재활과정을 하는 도중 작년 5월경부터 최근까지 상대방으로부터 비롯된 공격적인 발언이나 문서를 접하면서 심한 모멸감, 불쾌감, 그리고 분노를 느꼈던 일이 크게 세 번 정도 있었다. 이로 인한 감정적 후유증상이 회복 과정에 적지 않은 부작용으로 나타났던 것 같아 이에 대한 내용을 기술하려고 한다. 이후 그 일들이 떠오를 때마다 느껴지는 감정들은 거기에서 벗어나려는 의지가 작동하기도 전에 서로 뒤범벅되어 나를 압박하고 위축시켜 나약하고 게으르게 만들어 일상의 많은 것들, 특히 오랫동안 해결하지 못하고 미루어 왔던 과제들(체납 세금 및 공과금, 은행대출 자금에 대한 원리금 상환, 외주비 지출, 병원비 납부, 생활비 지출, 신규 수주, 기성 청구 및 과업 수행 등 생활 전반에 관한 계획 및 실행)을 점진적으로 기피하게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술 취한 정신이었다면 시간이 지난 후 나약함을 느끼는 단계까지 가기도 전에 모멸감과 불쾌감을 느끼게 한 상대방을 향해 거센 역공격을 퍼부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상황에서는 주장하는 바의 옳고 그름 따위에는 관심조차 두지 않고 오로지 솟구치는 감정을 마치 배설하듯 쏟아내고는 시원함을 느끼는 것으로 만족했을 것이다 하지만 앞서 말한 세 번의 상황에서는 방법을 달리 하여 상대방이 감정 섞인 폭언을 빗발치듯 퍼붓더라도 끓어오르는 나의 감정을 누르며 참아보았다. 그렇게 퍼부어 대는 상대에게 나는 아무 반응도 하지 않았지만 그럴수록 상대는 일방적으로 폭언을 하며 언성을 높여갔고 급기야는 자기 분에 못 이겨 숨을 몰아쉬며 인격모독에 해당되는 말까지도 거침없이 뱉어냈었다. 그래도 나는 마치 내가 아닌 다른 누군가에게 해 대는 것을 구경하는 것처럼 지켜보고 있었지만 간간이 울컥하는 감정이 솟구쳤다. ‘계속 이러고 있어야 하는 걸까?’ ‘지금이라도 맞대응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이런 생각들이 반딧불처럼 희미하게 뇌리를 스치기도 했다. 하지만 끝까지 상대에게는 아무런 감정도 보이지 않은 채 그 상황이 끝날 때까지 그렇게 애써 무감각한 척 했던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일단락된 후 시간이 흐를수록 당시 상황이 떠오를 때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당한 것처럼 되어버린 자신이 바보스럽다는 생각이 들면서 후회감, 억울함, 분노 같은 것이 뒤범벅이 되어 불쾌감을 유발시키는 것이었다. 또한 그렇게 생겨난 불쾌감은 해소되지 않은 채 잠복되어 있다가 해결해야 할 일상의 과제들을 만나면 교묘하게 용트림을 하며 나를 나약하고 게으르게 만들어 과제들을 미루게 한다고 생각되는 것이었다. 또한 재활 초기 한동안 운동을 통해 감정적 숙취로부터 벗어나는 느낌을 받으며 나름 재활훈련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던 나는 이런 일들이 거듭되자 생각하지 못한 복병을 만난 것처럼 몹시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이렇게 속수무책으로 원치 않는 상황이 반복될수록 중압감이 가중되어 사그라져가는 자신을 추스르기 힘들 것 같다는 생각을 하며 거기에서 헤어나지 못하는 것에 대한 불안감까지 느끼게 되는 것이었다. 이런 시간들은 무려 8개월 이상 지속되었고 불과 몇 시간 전까지 계속되었다. 때로는 억지로 운동이나 외부 활동을 통하여 극복해 보려고 했지만 그 효과는 지속되지 않았고 그런 노력들을 비웃기라도 하듯이 정리되지 않은 채 숨어있던 감정들은 어떤 과제들을 만나면 어김없이 정체를 드러내며 나를 허물어뜨렸다. 그리고 이런 현상은 지금 쓰고 있는 재활수기의 작성에 관하여 담당 상담사 선생님과 상담을 한 다음에도 여지없이 나타났고 과제를 앞에 둔 나의 감정들은 잘 써보려는 욕심과 뒤엉켜 생각만 복잡하고 정리는 되지 않은 채 시간만 흐르는, 전형적인 최악의 모습을 보이기에 이르렀다. 결국 마감 시간이 임박하게 되어서야 외부에서 업무를 보고 있던 나는 열흘 이상 붙잡고 씨름하던 원고를 포기하기로 마음먹고 상담사 선생님께 문자를 보냈다. “재활수기 작성을 하다 보니 내용정리가 잘 안 돼서 제출을 못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외부 업무가 늦어져서 교육 참석은 늦거나 못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이따 뵙겠습니다.” 잠시 후 회신이 왔다. “알겠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수기 제출을 포기한다고 문자를 주고받은 후 신기하게도 마음이 편해지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교육이 끝난 후 회진 때 원장님께서 말씀하셨다. “요즘 선생님께서 닥치고 있는 어려운 일들에 대하여 마음을 비우고 내려놓는 것을 시도한다고 들었습니다.” “그런데 잘 안됩니다”라고 대답했더니 “쉽게 되는 것이 아닌데 그렇게 생각하는 것은 조급한 마음일 수 있습니다”라고 하시는 것이 아닌가! 그렇게 회진이 끝나고 나서 새벽까지 잠이 오지 않았다. 머리가 맑아지고 오래 묵은 체증이 씻겨 내려간 듯한 느낌으로 테라스에 나가 담배를 피워 물었다. 4시 30분, 바닥에는 밤새 내린 눈이 얇게 쌓여 있었고 싸늘한 공기 속에서 아직 깜깜한 하늘에 떠있는 별들을 보며 생각해 보았다. ‘지금까지 나는 감정을 억제하며 참았던 나의 노력만 생각한 것은 아닐까?’ ‘나는 그럴 의도가 없었다 할지라도 나의 어떤 것이 상대방을 화나게 하지는 않았을까?’ ‘그렇다면 지금까지 나를 힘들게 한 것은 상대방이 아니라 그 원인을 제공한 나 자신일 수 있겠구나.’ 비슷한 감정, 상황으로 힘들어 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침착하게 객관적으로 생각해 보라는 조언을 했지만 정작 숙취에서 벗어나지 못한 감정들의 소용돌이에 빠져들기 쉬운 나는 아직도 잘 하려는 욕심을 버리지 못해 쓰던 것을 정리하지 못하고 힘들어 했고 나에게 험한 말을 했던 상대방 때문에 내가 힘들어졌다고 생각했던 것이다. 아직은 잘 되지 않아서 오랫동안 힘들기도 했지만 모든 일에 욕심과 자존심을 내려놓고 한 발 물러서서 객관적으로 보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새삼 깨닫게 되는 시간을 보낸 것 같다. 이렇게 가벼운 마음으로 글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되어 기쁘고 감사하다. 하느님! 어쩔 수 없는 것을 받아들이는 평온함을 주시고, 어쩔 수 있는 것을 바꾸는 용기를 주시고, 그리고 이를 구별하는 지혜도 주소서. |